최근 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퉁퉁퉁사후르’ 밈입니다. 이 밈은 중동 지역의 라마단 문화 속 새벽식사인 ‘사후르’를 유쾌하게 비튼 콘텐츠로, Z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짧고 직관적인 영상 구성, 과장된 연기, 반복성 있는 리듬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틱톡과 유튜브 쇼츠를 기반으로 유행하며, 콘텐츠의 중독성과 활용성 면에서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모두에게 높은 만족도를 주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Z세대가 이 밈에 왜 열광하는지, 어떤 요소들이 강력한 중독성을 유발하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1 - 공감 코드가 터진 이유
밈의 성공 여부는 결국 ‘공감’에서 출발합니다. Z세대는 특정한 문화 코드나 감정 상태에 깊은 연결감을 느끼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퉁퉁퉁사후르 밈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찌릅니다. 사후르(Suhur)는 본래 이슬람 신자들이 라마단 기간 동안 단식을 시작하기 전, 해가 뜨기 전에 먹는 아침 식사입니다. 매우 신성하고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이 행위가 밈으로 탈바꿈된 것이죠. 하지만 밈은 종교성을 강조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대의 ‘피곤함’과 ‘억지스러움’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합니다.
Z세대는 이런 일상 속의 불편함이나 루틴화된 피곤함을 콘텐츠로 승화하는 데 익숙합니다. 새벽에 눈 비비며 밥을 먹는 모습은 시험기간에 야식 챙기던 경험, 아르바이트 전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던 상황과 겹치며 큰 공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영상 속 인물의 표정—감기지도 않은 눈으로 비몽사몽 음식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 입에 한입 물고 다시 고개를 푹 떨구는 장면 등—은 단 몇 초 만에 ‘아 저거 나야’라는 감정을 이끌어냅니다.
이와 같은 감정은 단지 웃음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동질감을 유발합니다. Z세대가 밈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에 대한 유쾌한 해석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정확히 간파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퉁퉁퉁사후르 밈은 단순한 패러디가 아닌, 일상의 진부함을 웃음으로 재해석한 공감형 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 짧은 영상 플랫폼에 최적화
Z세대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긴 글이나 긴 영상을 회피하고,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선호합니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의 숏폼 플랫폼이 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퉁퉁퉁사후르 밈은 이 플랫폼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영상 길이가 짧고 구성도 단순합니다. 보통 10~20초 안팎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번의 리듬에 맞춰 인물이 일어나고, 준비하고, 먹는 과정을 빠르게 보여줍니다. 이 간단한 구조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며, 반복 시청에 부담이 없습니다.
둘째, 음악의 반복성과 비주얼 요소가 잘 결합되어 있습니다. "퉁퉁퉁~ 사후르~"라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배경으로 깔리고, 이에 맞춰 인물들이 똑같은 동작을 반복합니다. 이 같은 반복성은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특성이며, 사용자의 피드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원인이 됩니다.
셋째, 시청자의 문화적 배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 밈은 자막이나 언어가 없어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정, 몸짓, 리듬감 등 비언어적 요소만으로 충분히 전달되며, 글로벌 소비에 적합합니다.
넷째, 리믹스와 패러디가 쉽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동일한 사운드에 다른 스토리를 덧붙여 다양한 버전을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사후르 밈을 사무실 버전, 게임방 버전, 강아지 버전으로 재창조하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유연성은 콘텐츠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끊임없는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유도합니다.
결국, 퉁퉁퉁사후르 밈은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구조적 특성과 Z세대의 소비 습관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3 - 중독성을 만든 요소 분석
밈이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퉁퉁퉁사후르 밈은 다릅니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중독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첫 번째 요소는 리듬감입니다. “퉁퉁퉁~ 사후르~”로 이어지는 짧고 반복적인 사운드는 한 번만 들어도 귀에 박히며, 반복 시청을 유도합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이어 웜(earworm)' 현상이라 불리며, 짧은 멜로디가 머릿속에 맴돌게 되는 현상입니다. Z세대는 이런 반복적 자극에 친숙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과장된 연기와 시각적 충격입니다. 피곤한 눈, 의자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모습, 숟가락을 입에 넣고 고개를 떨구는 장면 등은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과장된 리액션으로 구성되어 웃음을 유도합니다. 이 ‘리얼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연기’는 피로한 현실을 해학으로 바꾸는 감정 해소의 창구가 됩니다.
세 번째는 ‘확장성’입니다. 같은 사운드에 누구나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밈의 생명력을 연장시킵니다. 이 밈은 하나의 포맷이자 틀이 되어, 수많은 유저가 각자의 버전으로 리믹스합니다. '학생 사후르', '엄마 버전', '회사원 버전'은 물론, 애완동물이나 게임 캐릭터에까지 확장된 사례도 많습니다.
네 번째는 밈 자체의 ‘의식화’입니다. 사후르 밈이 뜨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후르’라는 단어조차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밈 하나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사후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슬람 문화의 일면에 노출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밈이 문화적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즉, 퉁퉁퉁사후르 밈은 Z세대의 특성과 플랫폼 알고리즘, 글로벌 감각, 리믹스 문화가 삼위일체로 결합된 ‘완성형 밈’이라 할 수 있습니다.